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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제조 분야 전략적 파트너로”(서영주 인공지능대학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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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스템 | 작성일 25/06/13 (15:40) | 조회수 147 |
한때 ‘기계’와 ‘노동’으로 대표되던 제조업은 이제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적인 두뇌를 장착하고 거대한 진화를 시작하고 있다. 과거의 제조업이 반복 작업과 대량 생산 중심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날의 제조업은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 개념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
로봇 팔이나 자동 제어 시스템을 통한 자동화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AI는 차원이 다른 혁신을 제공한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상황을 예측하며,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두뇌’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는 제조업의 생산 방식과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AI는 이미 제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예측 유지보수’를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함으로 생산 중단 시간과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드(Ford), 지멘스(Siemens) 등 글로벌 제조 기업들은 이 기술을 적극 도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기술은 ‘디지털 트윈’이다. 실제 공장을 디지털로 복제한 가상 모델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상 상황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BMW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조립 라인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있으며, GE는 발전소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빠르게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의 일환으로 AI 설비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라인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AI 기반의 공정 제어 시스템으로 용광로 상태를 실시간 예측·제어하고 있으며, 광양제철소의 경우 이 기술을 통해 제품 불량률이 20%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LS일렉트릭은 중소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AI 품질 검사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PCB 회로나 사출 부품의 미세 불량(0.1mm 이하)까지 자동으로 감지할 수 있어, 검사 시간은 80% 단축되고 제품 품질은 대폭 향상되었다.
이처럼 AI는 대기업에서는 이미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점차 도입이 확대되면서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제조업에 AI를 도입하면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여 생산 속도를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어 전반적인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예측 유지보수, 자원 최적화 등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기반으로 제품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 품질 관리도 정밀해진다. 무엇보다도 AI는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조업에 부여한다. 결국 AI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을 넘어, 제조업의 전략적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도입 과정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품질 문제와 인적 자원의 부족이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이지만, 많은 제조 현장에서는 아직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지 않거나, 노후 설비에는 센서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설비가 있다 하더라도 장비 간 호환이 어렵거나, 데이터가 단절되고 표준화되지 않아 활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스마트팩토리 보급 정책을 통해 자동화 장비 및 센서 설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KAMP AI 제조 플랫폼과 ‘마이 제조데이터’ 사업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활용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실제로 운용할 인력과 역량이 부족해, 데이터는 있어도 AI 분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문제는 기술 자체보다는 이를 이해하고 운용할 사람의 부재다. AI 개발 인력은 증가하고 있지만, 공정과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는 ‘현장형 AI 인재’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 작업자나 관리자 역시 AI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도입 이후에도 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다. 분석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일부 대기업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나 외부 전문가 협업을 통해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에는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이다.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상당수가 이론 중심 교육에 치우쳐 제조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제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AI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과 공정을 동시에 이해하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실무 인재다. 이를 위해서는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실천 중심의 교육 체계가 절실하다.
AI는 결국 생태계 속에서 작동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인재가 존재하며, 현장에 맞게 기술이 운용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질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제조업은 단기적 자동화 설비 투자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인프라를 정비하고 기술과 현장을 잇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장기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분석 도구, 표준화된 데이터 모델, 현장 중심 AI 실습 교육 등은 공공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계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판단이 유효하려면 사람의 손으로 데이터를 정제하는 과정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 제조업의 AI 혁신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데이터, 이 두 축이 함께 준비되어야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재를 키우고 선진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값싼 원자재를 수입해 기술자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세계 5위 제조업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인재를 키우고, 새로운 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 될 것이다.
서영주 교수는 포항공대에서 전자컴퓨터융합학부 학장, 인공지능연구원장, 인공지능대학장, 정보통신대학장을 맡고 있다. 다수의 연구센터를 유치했다. 현재 경상북도 인공지능거점센터, 포항 빅데이터AI혁신센터, 대학중점연구소 산업안전 인공지능연구센터, SK하이닉스-포스텍 인공지능협력센터, 포스코홀딩스-포스텍 그린인텔리전스센터 등 연구센터장으로 AI 연구개발 및 산학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 위원회에서 이사 및 자문위원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AI 분야 인재양성, 연구개발, 산학협력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비전 리더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