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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AI 연구 중추는 ‘알고리듬’… 인재 확보 힘써야”(안희갑 교수)
작성자 시스템 작성일 22/08/30 (16:03) 조회수 376

안희갑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터뷰
 
“국내 AI 기술은 지난 수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어요. 일부 응용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연구의 근간이 되는 ‘알고리듬’ 분야는 상대적으로 역량이 미흡하고, 관심과 지원도 적어요.”
 
AI기술이 국가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 AI 석학으로 꼽히는 안희갑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기본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안 교수는 29일 더에이아이(THE AI)와의 인터뷰에서 “AI기술 분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 ‘기본 중의 기본인 ’알고리듬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희갑 교수는 국내 AI 알고리듬 연구 분야 권위자다. AI 알고리듬 및 자료구조의 효율적 설계를 연구한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형체인식과 분류, 특징점 계산에 관한 최적 알고리듬 설계가 있다. 지난 2009년 국제 데이터베이스 학술대회 ‘SSTD 2009’에서는 이 연구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안 교수는 “최근 알고리듬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 ‘AI기술의 복잡성’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초창기 AI연구는 사물을 분류하거나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AI운영에 필요한 함수·논리 집합은 간단한 알고리듬만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로봇, 자율주행차 등 고성능 AI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동시에 AI가 풀어야할 문제들 역시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때문에 ‘AI의 생각’을 그리는 AI알고리듬 연구도 함께 활성화됐다.   
 
안 교수는 “인간의 뇌 구조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도 AI 알고리듬 연구에 급물살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뇌 구조 연구가 밝혀지면서, 이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이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인공신경망이 바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듬’이다. 이후 컴퓨팅 성능의 획기적 향상과 방대한 데이터로 ‘심층학습(딥러닝)’ 알고리듬까지 개발됐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현재 AI연구는 인간의 인지와 사고 결정과정을 가장 잘 모방하는 ‘알고리듬’을 누가 알아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지금도 전 세계 AI연구자들은 보다 정교하고 빠른 알고리듬을 알아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안 교수가 이끄는 ‘포스텍 AI알고리듬 연구실’은 산업·학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AI알고리듬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설계하는 것이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최적 경로 분석 알고리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AI기반 자율주행기술, 로봇, 드론의 실생활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엔 여러 기업연구소와 함께 산업 현장용 AI 알고리듬도 응용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반도체 공정 및 회로 기판 설계 최적화’, ‘네트워크 불특정 비정상 접속 탐지’, ‘내비게이션 최적 경로 탐색’, ‘엘리베이터 배정 최적화’ 등이다. 최근에는 치아교정 AI 알고리듬도 연구 중이다. 부정합 인식 및 치아교정설계에 AI 알고리듬을 적용, 치료 과정을 자동화 한다는 목표다. 안 교수는 “연구실이 개발한 AI 알고리듬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생산력과 품질향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AI 알고리듬 연구 성과 및 경쟁력 확보는 ‘인재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고 봤다. 현재 국제 학술지 ‘컴퓨테이셔널 지오메트리’ 편집장으로도 활동 중인 안 교수는 국내 AI인재들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AI연구 분야 방향에 대해선 아쉬운 감정을 나타냈다. 대다수 연구가 AI 소프트웨어 개발 및 응용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AI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활용 능력도 필요하지만, AI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 인재 양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러한 AI 인재는 단순 AI 적용을 넘어 기업의 제품생산력과 질적 수준의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 유출 역시 우려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재 대우가 좋은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으로의 인재 유출은 국가 AI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국내 이공계 취업자는 2015년 2만3,879명에서 2020년 기준 3만9,853명으로 2년 새 67%나 증가했다.
 
안 교수는 “국내 대학원을 졸업한 AI알고리듬 인재들이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어 국내기업의 우수 AI 인재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AI 인재 교육을 강화하고 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기업에 대한 AI알고리듬 연구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많은 기업들은 AI 알고리듬 연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수많은 변수를 다루는 AI 알고리듬 연구 특성 상, 연구기간이 길고 실패 확률도 높다. 때문에 당장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력,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스타트업은 부담이 더 크다.
 
이 문제에 대해 안 교수는 “자체적인 AI알고리듬 연구가 어려운 기업의 경우 대학의 연구실과 연구 협력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렇게 하면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고, 대학은 안정적인 연구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